풍경도 시계도 앞으로 가는데 왜 마음은 늘 뒤로 가는지.
다시, 해철이형 기일이네요. 오늘이 8주기입니다.
소식을 듣고 황망한 마음으로 달려갔을 때.
형이 몇시간 전에 잠시 의식이 돌아왔었고
저를 찾았다는 매니저님의 말씀에
왜 나는 이 밤이 되어서야 여기를 왔을까.
그 몇시간만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다, 어차피 일어날테니까. 할말 있으면 그때 하면 되니까.
생각하며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형 옆에 그저 앉아만 있었던.
그날이 떠오릅니다.
형은 다 보고 있을까요.
괜히 한번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라디오를 여는 글을 쓰려고 새벽부터 앉아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아직 내 스스로가 평정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 무엇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고 쓰더라도 어떤 쓸모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생각했습니다.
주최가 없으면 시민의 자격을 상실하는 세계의 한가운데서.
할만큼 했고 책임질 게 없다는 말잔치의 홍수 속에서.
정작 내 입과 손 끝에서는 쓸모있는 말이랄게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파스칼 키냐르는 그의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 말했습니다.
음악은 말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윌리엄 볼컴이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작곡한 곡 <우아한 유령>으로 오프닝을 대신합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어제 여덟시에서 아홉시 사이. 달 보셨나요.
말 그대로 붉은 달. 블러드 문이었습니다.
개기월식이었는데요. 그냥 개기월식이 아니라
천왕성이 달 뒤로 사라져 완전히 겹쳐지는 행성 엄폐현상까지 같이 벌어졌습니다.
어제도 전해드렸듯이 이렇게 개기월식과 엄폐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은
200년 후에야 다시 관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0년 후면 지금 우리 행성을 가득 메워
사랑하고 어울리고 다투고 등 돌려 살아가는 모든 이들 가운데
누구도 남아있지 않겠지요.
200년이라는 숫자의 무게.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의 굴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사정과는 무관하게 언젠가 다시 벌어질 일이라는 것.
제가 우주과학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럴 때 느껴지는 경외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간이 무슨 수로 겸허하게 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 생에 다시 보지 못할 어제의 달을 떠올리며.
#허지웅쇼 #sbs라디오
다음달 6일 일본에서 개최되는 국제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참가한다고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관함식에 참석하면 주최국의 함정을 향해 경례를 하게 됩니다.
문제는 일본의 함정에 욱일승천기를 계승한 해상자위함기가 걸려있다는 건데요.
지난 2018년 우리 쪽에서 열렸던 관함식에선 일본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욱일기 대신에 일장기를 걸어달라는 우리 측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고려할 때 이번 관함식에 빠질 수 없다는 입장이네요.
일본의 욱일기와 자위함기가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형태가 다르고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욱일기가 아니라 자위함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의 자위함기가 욱일기와 다르다고 생각해본적이 한번도 없어서 이런 우리 국방부의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습니다.
애초에 해상자위대 깃발이라는 게 일제 패망 이후 잠시 금지되었던 욱일기를 다시 가져다 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는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할 경우 징역 3년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전범의 깃발에 경례를 하는 우리 군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마음이 아픕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심폐소생술을 군대에서 배웠습니다. 자격증 갱신은 하지 않았는데 후회가 됩니다. 오랜만에 복기해봅니다.
심정지가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했을 때.
먼저 어깨를 두드리면서 의식을 확인합니다.
의식이 없으면 환자의 몸을 압박하는 것들을 치우고,
입 안에 이물질을 제거한 뒤 목 뒤에 수건 따위를 받쳐 기도를 확보합니다.
기도를 확보했으면 호흡을 확인합니다.
호흡을 확인할 때는 내 뺨을 환자의 코와 입 위쪽에 가져다 대고 눈은 가슴쪽을 바라보세요.
그렇게 뺨에 바람이 느껴지는지,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호흡이 없으면 1초에 2번의 속도로 30번씩 흉부를 압박합니다.
명치 위로 손가락 두마디 위치입니다.
압박할 때는 팔꿈치가 굽혀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체중을 실어 힘껏 누릅니다.
30번 압박 후에는 원래 인공호흡 2회를 하는데 요즘은 하지 않습니다.
기도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호흡을 했다가 잘못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AED라고 쓰인 자동심장충격기가 있다면 병행하세요. 생존율이 3배 더 올라갑니다.
기도확보, 호흡관찰, 흉부압박 30회, 호흡관찰, 돌아오지 않으면 흉부압박 다시 반복.
잘 외워둡시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오늘 오전 북한이 다시 한번 동해상에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두고 무력시위를 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 머리 위에 미군 전투기 120대, 우리 전투기 120대가 훈련 중입니다.
역대 최대규모인데요. 북한의 반응을 보니 많이 다급한 모양입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상당한 양의 무기를 제공한걸로 보인다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발표가 나왔습니다.
극단적인 고립과 경제위기로 전투기에 넣을 기름도 없는 나라가
고급인력을 해커부대와 마약제조에 낭비하고,
인민들의 사상통제에 어느 때보다 강경하고 잔혹하게 대응하고,
마약과 전쟁무기를 수출해 연명하는 중에도 무력시위에 주력하는 걸 지켜보며.
역사 속 몰락한 왕조들의 마지막 순간이 떠오르는 건 우연일까요.
#허지웅쇼 #sbs라디오
일요일 냄새가 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미 잃어버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257p #최소한의이웃
종로 무계원에 역사 강연하러 와서 대기 중입니다. 여기 너무 좋네요. #한옥살롱
-속 시원한 사이다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때에 반대되는 이야기가 책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체성 과잉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사건 사고들을 둘러 봅시다. 자기가 명백하게 잘못해놓고 별안간 왼쪽과 오른쪽의 진영문제로 포장합니다. 자기가 망언을 해놓고 야권과 여권이 바라보는 서로 다른 역사관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세대갈등 때문이라 말하거나 계급과 권력의 문제로 바꾸어놓습니다. 사과와 해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별안간 큰소리로 공부를 좀 하라거나 조작된 것이라며 논란을 키우기도 합니다. 사과 한번으로 끝날 모든 잡다한 문제들, 시비를 가려 책임을 다하면 금방 진화될 해프닝이 정체성 대결로 환원되어 쏟아지고 사람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바보 같은 짓을 저질러놓고 내가 보수, 혹은 진보라서 너희들이 내게 이런다는 말에 대해 우리는 헛소리라고 무시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말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정체성이라는 크고 거대한 말 뒤로 숨어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너무 쉽고 간편해졌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모두가 틀렸거나 가해자이고 나와 내 편만이 온전한 피해자이며 옳다고 떠드는 사이 사건의 실체는 실종되고 말잔치만 남습니다.
책에서 예수의 선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를 중요히게 언급한 건 그 때문입니다. 내 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나를 돕지 않았는데, 결코 내 편이라 생각할 수 없었던 천한 자가 나를 도왔을 때. 그 가운데 당신의 이웃은 누구냐는 질문입니다. 당연히 후자이겠지요. 우리 또한 정체성 논리에 과몰입하여 니편 내편으로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하며 구분하지 않고, 맑고 직관적인 눈으로 삶을 대하자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교보 인터뷰 중에서)#최소한의이웃
-속 시원한 사이다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때에 반대되는 이야기가 책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체성 과잉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사건 사고들을 둘러 봅시다. 자기가 명백하게 잘못해놓고 별안간 왼쪽과 오른쪽의 진영문제로 포장합니다. 자기가 망언을 해놓고 야권과 여권이 바라보는 서로 다른 역사관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세대갈등 때문이라 말하거나 계급과 권력의 문제로 바꾸어놓습니다. 사과와 해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별안간 큰소리로 공부를 좀 하라거나 조작된 것이라며 논란을 키우기도 합니다. 사과 한번으로 끝날 모든 잡다한 문제들, 시비를 가려 책임을 다하면 금방 진화될 해프닝이 정체성 대결로 환원되어 쏟아지고 사람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바보 같은 짓을 저질러놓고 내가 보수, 혹은 진보라서 너희들이 내게 이런다는 말에 대해 우리는 헛소리라고 무시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말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정체성이라는 크고 거대한 말 뒤로 숨어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너무 쉽고 간편해졌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모두가 틀렸거나 가해자이고 나와 내 편만이 온전한 피해자이며 옳다고 떠드는 사이 사건의 실체는 실종되고 말잔치만 남습니다.
책에서 예수의 선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를 중요히게 언급한 건 그 때문입니다. 내 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나를 돕지 않았는데, 결코 내 편이라 생각할 수 없었던 천한 자가 나를 도왔을 때. 그 가운데 당신의 이웃은 누구냐는 질문입니다. 당연히 후자이겠지요. 우리 또한 정체성 논리에 과몰입하여 니편 내편으로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하며 구분하지 않고, 맑고 직관적인 눈으로 삶을 대하자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교보 인터뷰 중에서)#최소한의이웃
김장철을 맞아 분주한 분들이 많지요.
전에는 김장철이라 했을 때 어머니 옆에서 하나 더 얻어먹으려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지만
최근 몇년 간은 중국의 요란스런 김치공정이 먼저 떠오르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김치가 중국의 파오차이를 도둑질 했다는 건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 ISO의 인가를 받아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라 주장하고 있지요.
하지만 ISO문서에는 파오차이의 식품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확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중국 언론은 이런 내용을 독자들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결국 중국의 각종 역사, 문화 관련 공정은 내수용입니다.
역사를, 문화를 도둑질당했다며 애꿎은 이웃에게 화가 나 있는 민중은 당과 국가에 불만을 품지 않습니다.
당의 요구에 따라 쉽고 편하게 통제될 수 있습니다.
최근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이 세번째 연임에 성공했지요.
그냥 연임이 아닙니다. 종래 세개의 파벌이 권력을 나누어 나름의 균형을 이루던 중국 공산당은 없습니다.
상하이방과 공청단을 제거하고 이제 시진핑 혼자만이 남았습니다.
과거 북한의 김일성이 8월 종파사건을 통해 그러했듯, 이제 시진핑도 사실상 왕이 되었습니다.
더욱 거칠 것이 없어진 시진핑의 중국은 과연 어디로 갈까요.
#허지웅쇼 #sbs라디오
어느날 초원에 멧돼지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초원을 거닐던 말들은 위협을 느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습니다.
말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사냥꾼이 등장했습니다.
사냥꾼은 멧돼지를 없애주겠다며 세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첫번째 너를 올라타 멧돼지를 쫓을 수 있게 해주렴.
두번째 내가 떨어지지 않도록 안장과 등자를 달게 해주렴.
세번째 너를 조종할 수 있게 고삐와 재갈을 물어주렴.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말은 고삐와 재갈을 물고 안장과 등자를 달아 사냥꾼이 올라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사냥꾼은 멋진 솜씨로 말을 조종해 멧돼지를 쫓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멧돼지를 몰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말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정말 고마워! 그럼 이제 고삐와 안장을 내려주지 않겠어?
하지만 사냥꾼은 더이상 말과 대화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