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o Ji-woong Instagram – -속 시원한 사이다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때에 반대되는 이야기가 책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체성 과잉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사건 사고들을 둘러 봅시다. 자기가 명백하게 잘못해놓고 별안간 왼쪽과 오른쪽의 진영문제로 포장합니다. 자기가 망언을 해놓고 야권과 여권이 바라보는 서로 다른 역사관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세대갈등 때문이라 말하거나 계급과 권력의 문제로 바꾸어놓습니다. 사과와 해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별안간 큰소리로 공부를 좀 하라거나 조작된 것이라며 논란을 키우기도 합니다. 사과 한번으로 끝날 모든 잡다한 문제들, 시비를 가려 책임을 다하면 금방 진화될 해프닝이 정체성 대결로 환원되어 쏟아지고 사람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바보 같은 짓을 저질러놓고 내가 보수, 혹은 진보라서 너희들이 내게 이런다는 말에 대해 우리는 헛소리라고 무시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말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정체성이라는 크고 거대한 말 뒤로 숨어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너무 쉽고 간편해졌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모두가 틀렸거나 가해자이고 나와 내 편만이 온전한 피해자이며 옳다고 떠드는 사이 사건의 실체는 실종되고 말잔치만 남습니다.
책에서 예수의 선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를 중요히게 언급한 건 그 때문입니다. 내 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나를 돕지 않았는데, 결코 내 편이라 생각할 수 없었던 천한 자가 나를 도왔을 때. 그 가운데 당신의 이웃은 누구냐는 질문입니다. 당연히 후자이겠지요. 우리 또한 정체성 논리에 과몰입하여 니편 내편으로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하며 구분하지 않고, 맑고 직관적인 눈으로 삶을 대하자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이웃’ 교보 인터뷰 중에서)#최소한의이웃 | Posted on 12/Oct/2022 17:3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