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을 나오다가 미끄러지면서 문턱 앞의 방바닥에 왼쪽 얼굴을 찍었습니다. 눈과 코와 이는 다치지 않았습니다만, 안와골절 진단을 받고 이번 주 수술을 예약했습니다. <허지웅쇼>와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 제가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 차질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청취자, 시청자분들께도 죄송합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 빠르게 복귀하겠습니다. 정초 액땜은 돈 주고도 못한다는데 좋은 일이 있으려나 봅니다. 오늘 병원 다녀오면서 사진을 올리려고 찍어두었는데 여러분 보시기에 좋은 모습도 아니고 어머니 마음도 신경이 쓰여 관두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평안하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인사를, 고맙다는 말을 제때에 하지 못하여 시기를 놓치고 후회하지 말기.
타인의 친절함을 내게 걸맞는 당연한 권리라고 착각하지 말기.
사랑과 집착을, 아끼는 마음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열정과 치기를 혼동하지 않기.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주저앉아 기약 없이 머물러있더라도. 결코 희망을 부정하거나 냉소하지 않기.
아직 한창 추운 것 같지만 사실 밤의 길이는 줄어들고 빛이 머무는 시간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습니다.
숫자 1과 시작이라는 단어로 가득한 시기입니다. 여러분의 일상 가득 빛이 스며들어 충만하길 바랍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추천곡 vitae lux – sissel Kyrkjebø
3월의 첫날.
그리고 동시에 3.1 독립선언일의 104주년입니다.
어제 오프닝에서 2월까지는 심리적으로 겨울인 것 같은데 3월부터는 봄인 것 같다, 말씀 드렸는데요.
그러고 보면 그런 3월의 첫날이 동시에 3.1절이라는 건 묘한 일입니다.
잃어버린 권리를 새롭게 바로 세우려는 것과 잃어버린 녹색을 돌이켜 되찾는다는 것.
그렇게 잃어버린 것을 다시 부른다는 점에서 3월 1일과 3.1절은 참 잘 어울립니다.
우리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그리고 지금. 그 모든 시작은 1919년 3월 1일입니다.
매년 이날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을 복기하며 오늘 방송 시작합니다.
“삼일절! 이 날은 가장 신성한 날이요, 대한민국 자유와 평등과 정의의 생일이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저의 서른네번째 생일을 축해해주신 리오넬 메시 선생님과 스티븐 킹 선생님 모두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디바, 셀린 디온이 모든 공연을 중단했습니다.
희귀 신경질환 진단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한 경련 때문에 걷거나 노래하는 능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녀가 앓고 있는 신경질환인 SPS는 근육이 경직되고 고통스러운 경련을 동반합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자가면역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치료제는 없습니다.
이유를 알수 없는 큰 병이 삶을 가로막았을 때.
그로 인한 좌절감과 고통은 사람을 영혼 깊숙이 뒤흔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아직, 망한 건 아닙니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삶을 예측하고 단정하기에 우리는 아직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간 예기치 못한 병으로 내 삶의 무대를 잃어버린 모든 분들이
다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게 될 날을 기다리고, 믿고, 응원합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서른 네번째 생일입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세요 🙂
서른 네번째 생일입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세요 🙂
서른 네번째 생일입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세요 🙂
동지입니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지요.
오늘을 기점으로 짧아져만 가던 낮의 길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어둠과 빛의 전쟁에서 어둠에 밀리고 있던 빛이
다시 힘을 내어 어둠을 누르고 이기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태양신을 섬기는 고대 종교들에서는 이걸 태양신이 태어난 날로 보았고요.
결국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문화권에서 동지를 태양절과 같은 이름으로 부르며 크게 축하했는데요.
로마가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민간 신앙을 자연스레 대체할 수 있도록
기존에 태양신의 탄생 축일이었던 동지, 즉 태양절을 그리스도의 생일로 정했습니다.
그게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이지요.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며 우리가 저마다 바라는 모든 소망을
하나의 문장으로 모았을 때. 그 내용이 과연 그렇지 않을까요.
빛이 다시 어둠을 누르고 이기기를 바란다는 것.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찬 동짓날 되시길 바랍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인기 걸그룹이 한지를 홍보하는 영상에 출연했다가 소동이 일었습니다.
중국의 네티즌들이 몰려와 악플을 쏟아낸 겁니다.
제지술은 중국에서 발명되어 세계로 뻗어나간 것인데 왜 그걸 한지라고 부르냐는 겁니다.
그러면서 “왕희지가 있을 때 너희 나라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종이를 한국이 발명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한지를 홍보하는 영상이
어떻게 문화를 훔치는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왕희지가 동진 시대의 사람이고 우리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였으니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왕희지는 종이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 서예가입니다. 제지술은 후한의 환관 채륜이 만들었습니다.
제지술을 이야기하면서 왕희지를 논하는 건 바퀴의 발명을 말하면서 슈마허를 언급하는 것과 같지요.
“즐겁게 여기던 것도 잠깐 사이에 흔적만 남는다.
먼 훗날 지금을 보는 것이 또한 지금 먼 옛날을 보는 것과 같으리니 슬프도다”
왕희지의 ‘난정서’ 가운데 일부분입니다. 참 좋은 문장이지요.
먼 훗날 지금을 보는 것이 또한 지금 먼 옛날을 보는 것과 같으니
우리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말과 글을 뱉기보다 그 시간에 역사를 공부하는 게 더 좋겠습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수술 잘 마치고 이번 주 월요일부터 <허지웅쇼>를 다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도 복귀합니다. 아직은 멍과 붓기가 남아있고 뼈도 완전히 붙지 않았지만 괜찮아지겠지요. 걱정해주셔서 고맙고 죄송합니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허지웅쇼 #임하룡 #임영식
<최소한의 이웃> 교보문고 강연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즐겁고 고맙고, 또한 겸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최소한의이웃
<최소한의 이웃> 교보문고 강연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즐겁고 고맙고, 또한 겸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최소한의이웃
<최소한의 이웃> 교보문고 강연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즐겁고 고맙고, 또한 겸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최소한의이웃
책을 덮고 무거운 눈꺼풀을 부비며 마시던 커피잔을 씻어 찬장에 가지런히 올려두는 사람.
영업을 마치고 가게에 불을 끄며 혹시 뭔가 잊은 게 있는지 곰곰히 떠올려보는 사람.
천둥과 번개가 몰아치는 캄캄한 밤, 잠에 들기 전에 혹시 몰라 창문이 모두 닫혔는지
확인하고 두꺼비집에 전원을 내리며 무사히 다음 날을 맞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
해묵은 오늘을 어제로 갈무리하며 조용히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내가 미처 마치지 못한 것이 있지 않은가, 라는 아주 조금의 불안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마술 같은 힘을 빌어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려는 희망이 함께 합니다.
2022년 올해의 마지막 한 주가 밝았습니다.
이미 지나가 바꿀 수 없음에도 나를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생각을 끊어내고
지금 이 순간의 작은 행복들에 기뻐하며
조용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해를 기다리는 일주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프닝 곡 soul cake – sting
#허지웅쇼 #sbs라디오
작년 10월. 머리 다시 기를까… 지금이 편하긴한데 좀 수달 같습니다.
작년 10월. 머리 다시 기를까… 지금이 편하긴한데 좀 수달 같습니다.
작년 10월. 머리 다시 기를까… 지금이 편하긴한데 좀 수달 같습니다.
<피지컬 100>의 새 에피소드를 보았습니다.
시지프스의 형벌이라는 게임이 등장했는데요.
100kg의 바위를 굴려 언덕 위에 올리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아무개 선수가 아깝게 탈락했지요.
“이기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 경기는 제대로 했습니다”라는 마지막 말이 가슴에 박혔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시지프스는 꾀를 부려 신들을 기만한 죄로 산 꼭대기 정상에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위가 정상에 닿으면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져 버리지요.
마치 아베 코보의 소설 <모래의 여자>에서 하루 밤이면 다시 모래로 차오르는 사막의 구덩이를
매일마다 다시 퍼내야하는 주인공의 처지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같은 일을 평생 반복해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을 은유한 것이라 해석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시지프스는 산 정상에 바위를 올려보았자 다시 굴러떨어질 것이라는 걸 미리 밝히지 않은 이 부조리한 형벌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미리 결정된 운명이라는 것에 있는 힘껏 저항하며 인간의 주체성과 투지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일찍이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의 노력과 투쟁은 신들에 대한 간접적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삶이 정말 이 형벌과 같다면, 그 끝에 우리도 “그래도 제대로 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피지컬100
높은 곳에 사는 사람과 땅에 붙어 사는 사람에게 서로 다른 중력이 작용할까요.
지표면으로부터 멀어지니 과연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가장 높은 건물이 1km를 넘지 않고 가장 높은 산 또한 10km를 넘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지구의 반지름은 6400km이죠.
제 아무리 높아봤자 겸허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사실상 같은 중력을 감당해야 합니다.
빛과 시간의 흐름조차 중력에 의해 휘어지고 느려집니다. 회피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것 가운데 이렇게 중력처럼 모두가 똑같이 감당해야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도 법이 아닐까요. 적어도 취지는 그렇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고 엄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제 1천 373명이 신년특사로 사면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국정농단 세력을 비롯해 갖가지 비리로 얼룩진 정치인들이 포함됐습니다.
우리 세금을 들여 긴 시간 동안 법체계를 통해 검증한 죄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수십억의 미납 벌금이 면제되고 복권되고 풀려났습니다.
매번 정권의 얼굴과 색깔을 가리지 않고 흡사 리셋버튼과 같은 정치인과 경제사범의 사면을 마주할 때마다
소시민이 느끼는 법의 무게와 그들에게 적용된 법의 무게 사이에 많은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오래 전 사라진 줄 알았던 신분의 상하라는 게 그들에게만 허락된 다른 중력처럼 작용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높은 곳에서 살고 있는 걸까요. #허지웅쇼 #sbs라디오
<안녕 은하철도 999>는 우리에게 익숙한 은하철도999 이야기의 이후를 다룹니다.
철이는 조금 더 자라 청소년이 되었고 메텔과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나지요.
이야기의 마지막. 이제 철이의 여행을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메텔은 다시 떠나야 합니다.
떠나는 메텔에게 철이는 기다리겠다고 말합니다. 메텔은 말합니다.
“언젠가 내가 돌아와 너의 옆에 있어도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할거야. 나는 너의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여자. 나는 너의 소년 시절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청춘의 환영이야.”
메텔을 태운 999호 열차가 다시 솟아오르고 철이는 그런 열차를 쫓아 달려가다 멈추어 섭니다. 그리고 나레이션이 나옵니다.
“이제 젊은이의 추억을 싣고 기적이 운다. 이제 젊은이의 기차는 간다. 하나의 여행은 끝이 나고 또 하나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안녕 메텔. 안녕 은하철도999, 안녕 소년의 시절이여.”
이윽고 완전히 암전된 화면에 새겨지는 글자.
소년은 이제 어른이 된다.
지난 13일 은하철도999의 마츠모토 레이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티비 앞에서 은하철도999에 올라타 수많은 모험을 떠났으나 이제는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그러나 가끔씩 왠지 모를 아련함을 느끼며 힘겹지만 의연하게 어른의 하루를 살아나갈 모두의 마음을 담아.
그의 명복을 빕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온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2012년 5월부터 출발한 이 팟캐스트는 sbs의 피디들이 모여서
정규방송의 논리와 규칙과는 상관없이 자유롭게 영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주제를 다루어왔어요.
그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 청취자와 소통하며 좋은 컨텐츠를 꾸려올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냥 좋아서 출발한 배가 그 위에 올라탄 수많은 이들과 함께 삶과 기억을 서로 나누며 긴 모험을 떠났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끝내는 마지막 페이지를 품고 있듯 이 또한 항해의 끝에 도달했습니다.
씨네타운 나인틴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어제 날짜로 업로드 되었습니다.
이재익 피디, 이승훈 피디,
그리고 특히 저와 함께 허지웅쇼를 시작하고 함께 꾸려오고 있는 김훈종 피디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멋진 항해였습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 #씨네타운나인틴
천번의 오프닝.
천번의 인사.
천번의 우연과 천번의 인연과 천번의 필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허지웅쇼 1000회를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허지웅쇼 #sbs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