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Eana Instagram – 달봉이 가출 대소동)
작업실에 있다 운동가야지 룰룰-하고 있는데 남편이 불길한 톤으로 전화가 왔다. 보통 서로 문자로만 얘기하는데 전화가 온단건 뭔가 급한 일이란 뜻이다. 거기다 목소리도 이상하다. 철렁.
“달봉이가 없어”
가끔 집 어딘가에 꼭꼭 숨으니까, 당연히 그럴리가 없다 잘 찾아봐라 했지만 저런 목소리로 전화했다는 건 온 집안을 다 봐도 없단걸 나도 안다. 무엇보다 이모님이 일하시던 와중 현관문이 열려있었단다. 혼비백산하여 집으로 달려오는데 찾았다는 전화가 안 온다. 실감이 안 나서 멍하니 있다가 점점 숨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먹먹해졌다. 집에 다 와갈 무렵 전화가 왔다. “찾았어”
옆옆집 마당 툇마루 아래 깊숙히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단다. 주민 단톡방에서 공지도 띄워주고, 관리실에서도 분실알림을 띄워줬었다. 관리실에서 cctv를 돌려봤는데 이집 저집 기웃거리고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는 달봉이를 보며, 남편 억장도 무너졌었단다. 얼마나 온 동네를 뛰어다녔는지 얼굴이 벌겋게 탔다. 아무튼 달봉이가 화면상 마지막으로 들어간 집 마당을 살펴봐도 없어서 낙심하는데 집주인분이 한번 더 아주 깊게 살펴보다 발견했단다..
오자마자 패주고 굶기고 싶었지만 집사따위가 어림도 없지, 십분을 안고 안 놔줘버렸다. 단지 밖으로 나가버렸었다면. 남편이 더 늦게 들어와 해가 떨어져버렸었다면. 아 정말 모든게 감사하다.
도와주신 이웃분들께 뭐라도 드리고 싶어 집에서 이것저것 싸들고 인사드리고 다녔는데 나 되게 따순 동네 살고 있었구나 싶었다. 다들 자기일처럼 다행이라며 이런저런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 놀란 이모님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미안해 하시길래 이 얼마나 다행인 전화위복이냐고, 앞으로 조심하자고 둘이 손을 부여잡고 🥹이러고 기뻐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달봉이 찾았을때 이모님도 오열하셨다고..
정작 달봉이자식은 지금도 천연덕스럽게 무릎에서 식빵이나 굽고 있다. 아직 꿀밤은 못 때려줬다. | Posted on 12/May/2023 16:38:03